[에세이] 늦여름의 풍경들 by 하정


에세이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남해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1화. 늦여름의 풍경들 


이하정 그림 김진아



내 방갈로 찾는 법 

팜프라촌이 있는 양아분교 운동장에는 여섯 채의 방갈로가 있다. 촌민이 한 명씩, 혹은 두 명씩 들어가 지낸다. 도착한 지 한 달만에 방갈로는 각기 다른 모습이 되었다. 창문에 커튼이 걸려있는 곳, 그렇지 않은 곳, 앞에 화병이 놓인 곳, 데크에 테이블을 놓아둔 곳, 캠핑 의자가 있는 곳.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했지만 알면 알수록 다르다. 다른 곳에서 태어났고, 다른 방식으로 자랐다. 우리는 차이를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한다. 타인과 맞닿는 경계면을 통해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느 순간 방갈로의 순서를 세어보지 않고도 각자의 방을 찾아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처럼. 이제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여섯 채의 방갈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밤 

누군가 평상을 운동장 한가운데에 옮겨놓았다. 낮에는 땡볕이 내리쬐는 위치라 앉을 일이 잘 없지만, 해가 지고 모든 풍경이 어둠 속으로 숨어들면 슬쩍 밖으로 나가 앉아본다. 

남해에 도착한 이후 첫 3주는 내내 구름과 비였다. 마침내 긴 우기가 지나자 드러난 밤하늘에 별이 빼곡했다. 평상에 누워 옅은 흰 빛으로 흐르는 은하수와 별을 보고 있으면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어진다. 우주의 품속에서 짧은 시간을 살다 가는 작은 존재감이 기껍고 충만하다. 

처음으로 별똥별이 미끄러지는 것을 봤다. 소원은 빌지 못했다. 흐드러진 별들 아래 이미 모든 소원이 이뤄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양파 나눠 쓰는 사이 


지족에 있는 마트에 가서 공용으로 쓸 식재료를 샀다. 한식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인 마늘, 파, 양파 등이 함께 나눠 쓰는 식재료에 포함된다. 사람 앉은키 만한 양파망에 든 양파를 두 명이서 안아 옮겼다. 

이렇게까지 커다란 양파망을 볼 일도, 살 일도 없이 평생을 지내왔는데. 열두명이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는 것은 겪은 적 없는 경험들의 연속이다. 

주방에 사람처럼 불쑥 솟아있는 거대한 양파망을 자꾸 본다. 아무도 없을 땐 갑자기 일어나 걸어 다닐 것도 같다. 누군가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물어본다면 마늘과 양파를 나눠 쓰는 일이라고 답하겠다.



 다음 화에서 두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